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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 자유

광통신망 세계 2위의 역설

by 소수 2026. 8. 19.

광섬유 한 가닥이 만들어지는 시작점은 화려하지 않습니다.

지름 몇 센티미터짜리 유리 막대, 이걸 뜨겁게 녹여 머리카락보다 얇게 뽑아낸 게 우리가 아는 광케이블입니다.

▲ 빛으로 신호를 전송하는 광섬유 네트워크

이 유리 막대를 '프리폼(Preform)'이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한국은 이 프리폼 앞에서 유독 조용합니다.

그런데 정작 사람들이 한국의 광통신 산업을 떠올릴 때는 이런 얘기들이 나옵니다.

"광통신망 세계 2위인데 이 산업도 당연히 최상위권이겠지."

"소재가 좀 부족해도 어차피 사다 쓰면 되는 거 아니야?"

"이런 건 대기업들이 알아서 챙기고 있지 않을까."

17일 산업연구원(KIET)이 낸 'AI 시대 주목받는 광섬유,

한국의 현주소와 과제' 보고서를 보면 이 이야기들,

과연 어디까지가 팩트일까요.

 

소문 1. "인프라 2위면 산업 경쟁력도 최상위권이겠지"

결론부터 말하면, 인프라와 소재 경쟁력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였습니다.

한국은 유선 인터넷 회선의 90.5%가 광케이블 기반입니다.

▲ OECD 2위 수준인 한국의 광케이블 보급률

OECD 회원국 중 2위에 해당하는, 세계 최상위권 인프라입니다.

그런데 이 인프라를 뒷받침하는 핵심 소재, 프리폼을 만드는 국내 기업은 단 1곳, 대한광통신뿐입니다.

그마저도 범용 규격에 한정돼 있습니다.

데이터센터 간 연결(DCI)용 백본이나 해저케이블용,

여러 코어를 묶은 다심(MCF) 같은 고부가가치 프리미엄 제품은 만들지 못합니다.

국내 대표 전선업체 LS전선조차 프리폼을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도로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깔았는데, 정작 그 도로에 깔 아스팔트는 남의 나라에서 사 온다는 얘기와 비슷합니다.

 

소문 2. "소재가 좀 부족해도 사다 쓰면 되는 거 아닌가"

지금까지는 그럭저럭 버텨왔을지 몰라도, 상황이 완전히 달라지고 있습니다.

AI 서버 한 대는 기존 클라우드 서버보다 약 16배 많은 광섬유를 필요로 합니다.

▲ AI 데이터센터 수요 폭증으로 급등한 글로벌 광섬유 가격지수

전 세계 AI용 광케이블 수요는 2029년까지 연평균 26%씩 성장할 전망입니다.

이 폭증하는 수요를 타고 글로벌 광섬유 가격지수(CRU 기준)는

2024년 3월 78.6에서 2026년 3월 263.0으로, 2년 만에 3.3배 넘게 뛰었습니다.

사다 쓰면 되는 시대는 끝나가고 있습니다.

실제로 한국의 광섬유 수출액은 2022년 5,800만 달러에서

2025년 2,700만 달러로 이미 반토막이 났습니다.

중국·인도의 저가 공세에 밀려 수출 단가마저 떨어지는 이중고입니다.

 

소문 3. "대기업들이 알아서 챙기고 있지 않을까"

이 부분이 가장 뼈아픈 지점입니다.

다른 나라들은 이미 국가 차원에서 움직이고 있습니다.

▲ 전 세계 20개사뿐인 프리폼 생산기업, 프리미엄 시장은 미국·일본·중국이 장악

나노미터 단위 정밀 설계가 필요한 프리폼을 만들 수 있는 기업은 전 세계에 단 20 개사뿐입니다.

미국 코닝, 일본 스미토모, 중국 기업들이 수직계열화 체제로 프리미엄 시장을 장악하고 있습니다.

이들 나라는 자국 기업을 노골적으로 밀어줍니다.

미국은 자국산 의무화(BABA) 조항을,

중국은 정부조달 국산 우대 20%를,

일본은 국책 R&D와 초기 수요 창출 정책을 각각 운영하고 있습니다.

반면 한국은 정반대입니다.

소부장(소재·부품·장비) 200대 핵심전략기술 목록에 광섬유 소재 자체가 빠져 있습니다.

대기업이 알아서 챙기기는커녕, 정부 지원 대상에도 못 들어가 있었던 셈입니다.

 

각국의 대응, 이렇게 다릅니다

말로만 들으면 애매할 수 있는 이 격차를, 표로 정리하면 확실히 드러납니다.

국가 보호·육성 정책 국내 프리폼 생산기업
미국 자국산 의무화(BABA) 코닝 등 다수, 프리미엄 장악
일본 국책 R&D·초기수요 창출 스미토모 등, 프리미엄 장악
중국 정부조달 국산 우대 20% 다수 기업, 저가·물량 공세
한국 소부장 200대 기술서 제외 1개사(대한광통신), 범용 한정

한 줄로 요약하면, 남들은 자기 나라 기업에 문을 열어주는 사이 한국은 그 문 자체가 없었던 셈입니다.

 

'광통신 강국'이라는 이름표와, 텅 빈 뒷마당

국제 통계표에서 한국은 늘 상위권에 이름을 올립니다.

광케이블 보급률 OECD 2위, 화려한 순위표 속 익숙한 자리입니다.

그런데 그 순위표를 걷어내고 뒷마당을 들여다보면,

정작 이 모든 걸 가능하게 하는 원재료 공장은 국내에 거의 없습니다.

있는 곳도 저가형 범용품만 만듭니다.

화려한 순위표 위에서 인프라 강국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는 동안,

정작 그 이름표를 만든 재료는 다른 나라 공장에서 실려 왔던 셈입니다.

탁은명 산업연구원 연구원은

"해저망 등 국가 기간망의 핵심 소재를 해외에 의존할 경우 공급망 안보의 취약성도 커지는 만큼 중장기 육성책이 절실하다"

 

고 짚었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지금이라도 프리폼을 국가 핵심전략기술로 지정하고 육성해야 할까요, 아니면 이미 세계 20개 사가 나눠 가진 시장에 늦게 뛰어드는 건 승산이 없다고 보시나요. 

 

 

본 글은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이나 기업 투자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자료: 전자신문(안영국 기자), 산업연구원(KIET) 'AI 시대 주목받는 광섬유, 한국의 현주소와 과제' 보고서 인용 (2026.08.17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