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은 항상 현장에서 지었다.
원자로, 증기발생기, 냉각계통, 터빈을 부지에 하나씩 세우고 연결했다.
그런데 이 순서가 뒤집혔다.
소형모듈원자로(SMR) 시장이 커지면서,
이런 이야기들이 돌았다.
"원전은 원래 크게 지어야 경제성이 나오는 산업 아니야?"
"이거 아직 먼 미래 얘기지, 국내 기업엔 큰 영향 없을 것 같은데."
"한국은 원자로 설계 기술이 없으니 이번에도 들러리 아닐까."
공개된 자료를 하나씩 확인해 보겠다.
소문 1. "원전은 크게 지어야 경제성이 나온다"
결론부터 말하면, SMR은 정확히 반대 논리로 경제성을 만든다.
1950년대 상업화 이후 원전은 대형화와 표준화로 경제성을 높였다.
원자로 하나에 막대한 비용이 들고 공사 기간도 길다.
일정이 늦어지면 금융비용까지 늘어난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전기 출력 300MWe 이하를 SMR로 분류한다.
대형 원전의 약 100분의 1 규모다.
SMR은 원자로와 주요 계통을 하나의 용기에 통합하고,
반복 생산으로 경제성을 확보한다.
첫 호기보다 두 번째, 세 번째의 제작비와 공사 기간을 얼마나 낮추느냐가 상용화의 시험대다.
소문 2. "국내 기업엔 큰 영향 없는 먼 미래 얘기"
이 소문도 실제 투자 현황과는 다르다.
이미 창원에서 삽을 뜬 프로젝트가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경남 창원 공장 부지에 8,068억 원을 투자해
국내 첫 SMR 전용 공장을 짓기로 했다.
기존 대형 원전 생산라인 5개 중 1개로 연간 12기를 만들던 걸,
세계 최대 수준인 연간 20기 규모로 늘린다.
원자력 부문 수주잔액은 올해 13조 7,000억 원에서
2030년 27조 2,000억 원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 중 SMR 부문에서만 올해 처음으로 1조 원 돌파를 목표로 잡고 있다.
정부도 지난 8월 12일 '미래성장동력 7대 SEED'에 SMR을 포함시켰고,
다음 달부터 SMR 특별법이 시행된다.
소문 3. "한국은 설계 기술이 없으니 들러리일 것"
이 부분은 절반만 맞다.
설계는 해외 업체가 주도하지만, 그 설계를 실제로 만드는 곳은 한국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뉴스케일파워, 엑스에너지, 테라파워, 롤스로이스 SMR 등
글로벌 톱티어 SMR 개발사 대부분과 주기기 공급 계약을 맺었다.
지분 투자로 관계를 다진 곳도 있고, 핵심 소재 예약 계약을 맺은 곳도 있다.
SK(주)와 SK이노베이션은 2022년 테라파워에 2억 5,000만 달러를 공동 투자해 2대 주주로 참여했다.
HD현대도 설계 역량 확보에 나서고 있다.
원자로 설계 자체는 미국이 주도하지만,
그 설계도를 실제 쇳덩이로 만드는 제조·기자재 공급망은 한국 기업들이 상당 부분을 쥐고 있다.
국내 관련 기업, 역할별로 정리하면
기업마다 SMR 공급망에서 맡은 역할이 다르다.
원자로 설계보다 기자재·제조·EPC·사업개발 쪽에 국내 기업들이 몰려 있다.
| 기업 | 역할 | 협력 관계 |
|---|---|---|
| 두산에너빌리티 | 주기기 제조 | 뉴스케일·엑스에너지·테라파워·롤스로이스SMR |
| SK(주)·SK이노베이션 | 지분투자·사업개발 | 테라파워 2대주주(2.5억달러) |
| 삼성물산 | 사업개발·EPC | 뉴스케일파워, 루마니아 SMR 공동추진 |
| 한전기술 | 설계 | SMR·4세대 노형·핵융합 기술 개발 |
| DL이앤씨 | EPC | 엑스에너지·테레스트리얼에너지 협력 |
원자로를 새로 설계하는 곳보다,
그 설계를 실제로 짓고 만드는 곳에 국내 기업들의 이름이 더 많이 올라 있다.
멈췄던 라인과, 다시 돌아가는 공장
몇 년 전만 해도 국내 원전 생태계는 위축돼 있었다.
발주가 끊기고, 설비는 낡아갔고, 기술 인력은 다른 산업으로 옮겨갔다.
그 창원 공장 부지에, 지금은 8,068억 원짜리 새 라인이 들어서고 있다.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가 이 공장을 다시 돌리는 이유가 됐다.
발전소를 현장에서 짓던 시대에서, 발전소를 공장에서 찍어 보내는 시대로.
그 전환점에 한국의 제조 공장들이 서 있다.
여러분은 SMR 관련주, 어떻게 보시나요?
아직 대부분 MOU·개념설계 단계라 시기상조라고 보시나요, 아니면 지금이 선점 타이밍이라고 보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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